최근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밸브의 게임 하프라이프 시리즈가 VR 전용으로 신작인 하프라이프: 알릭스를 출시한다고 한다. 예전부터 VR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2020년 1월 초에 오큘러스 리프트 CV1 (이하 CV1)을 중고로 구입하였다.
VR 기기를 구입하는 것은 나에게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오큘러스 리프트 DK1이 처음 나왔을 때에도 중고로 구입하여 사용해보았고, 2015년에도 갤럭시 노트4에 사용되는 기어 VR을 구입하여 사용하다가 도중에 갤럭시 노트4가 고장나는 바람에 VR을 안하고 지냈던 적도 있다. 그러다가 최근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출시된다는 얘기를 듣고 최근에 나온 오큘러스 제품들은 기존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 달라졌는지 느껴보고 싶었고 VR기기에 대한 소장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VR기기는 일반 모니터와 비교하여 더 높은 주사율을 출력해야 어지러움이 덜 하고 사람의 두 눈에 각각 다른 화면을 출력해야 한다. 따라서, VR 게임을 하려면 일반 3D 게임보다 더 높은 사양의 컴퓨터를 요구한다. 다행히도, 나는 VR 게임을 하기에 충분한 성능의 데스크탑을 갖고 있었다.
VR기기 판매자와 중고로 거래를 마친 후에 집에 와서 오큘러스 리프트를 설치해보기로 했다. CV1에서 제공하는 제품들은 아래 그림과 같다.
컨트롤러와 HMD (Head Mounted Display)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트래킹 센서 두 개, 컨트롤러인 오큘러스 터치 두 개, HMD 한 개가 제공된다. 센서를 바닥에 설치하기 전에 컴퓨터 상에서 오큘러스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한다. 그 프로그램에서 센서를 설치하는 순서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사용자는 순서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HMD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설치를 한 후에 오큘러스에서 제공하는 기본 튜토리얼 게임을 해보았다. 2013년도 오큘러스 리프트 DK1이후로 VR PC게임은 처음이었다. DK1과 비교해서 확실히 HMD (Head Mounted Display)의 무게도 가벼워졌고, 더 선명해졌다. DK1을 사용할 때는 디스플레이의 해상도가 낮은데 이를 렌즈로 확대해서 보는 바람에 픽셀 사이에 줄이 쳐져 있어 마치 모기장처럼 보였는데, CV1에서는 해상도가 충분히 높아지면서 더 이상 모기장 때문에 게임이 거슬리지 않았다. 또한, DK1 때는 없었던 양손에 각각 사용하는 컨트롤러를 이용해서 마치 실제 손가락처럼 게임 속의 물건을 집고 던지고 할 수 있는게 신기했다. 또한, HMD와 컨트롤러의 위치를 인식하기 위한 센서 두 개도 제공되는데, 이 센서를 적절한 간격만큼 떨어뜨린 상태에서 바닥에 설치하면 사용자의 움직임도 인식하여 게임에 반영할 수 있다. 현재 자취를 하고 있는데 방이 너무 좁아서 필요한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아쉬웠다.
[눈 건강]
처음 구입했을 때 오랜만에 VR을 접해서 신기한 마음에 너무 오랫동안 게임을 해서 다음 날 눈이 따가웠다. 몇 개월 전에 라섹수술까지 한터라 혹시 VR 게임을 해서 눈이 나빠지지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평소에 컴퓨터 할 때 모니터의 블루라이트를 차단하기 위해 도수 없는 안경을 착용했는데, HMD를 착용할 때는 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다. 또한, HMD는 블루라이트 차단 프로그램도 호환되지 않았다. 이때, 나는 HMD에 안경을 쓴 상태에서 착용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안경을 쓴 상태에서 HMD를 착용하려고 했더니 들어갈 공간이 부족했다. 다음에는 안경을 HMD 렌즈 부분에 먼저 넣어놓고 HMD에 머리를 눈부터 넣는 방식으로 했더니 간신히 들어갔다. 그런데, 너무 꽉 끼는 바람에 안경이 휘지 않을까 걱정됐다. 어떻게든 안경을 쓰고 VR 게임을 했더니 실제로 오랫동안 게임을 해도 눈이 따갑지 않았다. (나중에 HMD에 안경 렌즈만 별도로 고정하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아야 겠다)
CV1의 기본 튜토리얼 게임도 재미있게 했지만, 다른 게임도 하고싶어져서 스팀에 VR 게임들을 검색해보았다. 그 중에 The Lab의 Longbow라는 미니게임은 한 손으로 활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활의 시위를 당겨 화살로 적들을 맞춰 적을 제거하는 게임으로 인상적이었다. Longbow에서 플레이어는 컨트롤러로 화살을 당겨서 침입자들을 맞춰 제거해야 한다. 꽤나 단순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VR로 해보니 몰입감도 좋았고, 컨트롤러의 기능을 잘 활용한 것 같다.
이외에도 VR탁구, VR야구 등 스포츠 게임이 몇개 정도 있었다. 그러나, VR게임 시장이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아서 게임의 완성도는 낮은데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