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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찾아떠난 세왕자 이야기

혼새미로 2015. 11. 2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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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용의 전설

옛날 어느 나라에 한 왕이 살고 있었다. 왕에게는 외동딸이 있었는데 왕은 그 딸을 몹시도 사랑했다. 왕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공주를 사랑했다. 공주는 그 나라의 꽃이요, 보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붉은 사막 건너편에 살고 있다는 무서운 용이 나타났다. 순식간에 용은 궁전의 절반을 무너뜨리고 그 아름다운 공주를 납치해 버렸다. 용이 공주를 데리고 사라지자, 온 나라는 슬픔에 잠겼다. 햇살은 슬픔으로 빛을 잃었고, 들판의 꽃들도 힘없이 꽃잎을 떨구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뛰어놀지 않았으며, 잔칫집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슬픔에 넋을 잃었던 왕은 정신을 차리고 선포를 했다. '누구든 공주를 구해오는 자에게 나라의 절반을 주고, 공주와 결혼을 시켜주겠다.' 여기저기서 힘깨나 쓴다는 사내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거기에는 늠름한 세명의 왕자도 끼어있었다.



 


첫번째 왕자 이야기

첫 번째 왕자가 길을 떠났다. 그러나 길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자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길을 나서긴 했지만, 자신이 고민해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적어도 남자라면 누구나 공주를 구하는 길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주변의 분위기가 왕자를 모험의 길로 떠다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내가 용과 맞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의무적으로 교육받았던 교양과목 수준의 호신술로는 그 어마어마한 용의 괴력과 맞설 수 없을 것이 뻔했다. 딱히 내세울 만한 기술도 없는데다가 체력 조건도 너무 빈약했다. 요리조리 뜯어보고 생각해 보아도 자신의 행동은 무모한 것 같았다. 더구나 만에 하나 용을 퇴치하는데 성공한다 해도 공주가 자신과 결혼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또 어쩐단 말인가.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본인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감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얼굴은 모든 여자들이 호감을 느낄 만한 의모라고 자부하기에는 왠지 부족했다. 다른 준수한 후보자를 제치고 하필이면 자신이 공주를 구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어쩌면 공주는 절망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나라의 절반을 떼어준다는 국왕의 약속도 생각해 보아야 할 여지가 많았다.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나는 국가 경영에 대한 노하우도 없는데다가 리더십도 별로다. 나라의 절반만을 나누어준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늙은 국왕과 반 토막 난 영토를 연합국의 형태로 다스려야 할것인가, 아니면 분리 독립을 선언할 것인가. 국토 분단이 야기할 수 있는 숱한 문제를 처리할 자신도 없으며, 무엇보다 스스로는 정치지망생은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아직 뚜렷하게 정해놓은 길을 없지만, 예술이나 문학 등에 더 관심이 가는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쪽이 적성에 맞지 않을까 싶다.

  연이은 생각에 몰두하다보니 문득 부아가 치밀기 시작했다. 왜 모든 공주는 그렇게 힘없이 용에게 납치되어 버리고 마는지, 그리고 공주가 납치될 때마다 왜 이렇게 온 세상의 사내들이 생계를 접고 그 일에 뛰어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가치 있는 일들이 더 많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자 역시 공주를 구하는 그 거룩한 사명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온갖 생각들이 뒤죽박죽되어 왕자를 괴롭히는 동안에도 공주를 구하기 위한 행진은 계속되었다.


두 번째 왕자 이야기

  두 번째 왕자가 길을 떠났다. 그러나 길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왕자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솟구쳐 마음이 어지러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겁쟁이로 비치는 게 싫어서 길을 나서긴 했지만,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돌덩이 같았다. 왕자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왕자는 선천적으로 겁이 많았다. 워낙에 두려움이 많아 골목 어귀에 강아지 한 마리만 놀고 있어도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갈 정도였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왕자란 용맹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어린 시절부터 왕자를 억압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무기력하게 실패하는 상상은 왕자에게 끔찍한 불안감을 심어주었다.

  언젠가부터 왕자는 실패할 만한 일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괜시리 어려운 일에 용기를 냈다가 실패하느니, 별로 어렵지 않은 일만을 골라 능숙하게 처리하는 척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도 더 좋을 것 같았다. 어쩌다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힘든 일에 부딪히게 되면, 왕자는 으레 극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곤 했다. 그럴 떄마다 심장 박동은 빨라지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며, 호흡이 가빠지고 두통이 밀려왔다. 차분해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침착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마음이 더 어지러워졌다.

  그런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왕자는 누군가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대하여 화가 나기 시작했다. 누구나 자기만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남에게는 남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용이 공주를 납치했다면 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무턱대고 덤벼들기만 한다고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공주를 구출하는 일에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 싸울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동쪽 하는 건너로 붉은 사막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왕자는 발걸음을 슬쩍 서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세 번째 왕자 이야기

  세 번째 왕자가 길을 떠났다. 공주를 구해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공주의 기사가 실린 사진들을 스크랩하며 공주의 미모에 감탄하는가 하면, 공주와 결혼할 경우 물려받게 될 유산의 양까지 가늠해 보았다. 국왕의 선포를 듣자마자 그것이 곧 자신을 부르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크게 기뻐했다. 공주 구출 작전은 왕자가 올해 시도했던 일곱 번째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기계가 자동으로 마법의 주문을 외워주기만 하면 쇳덩이가 바로 황금으로 변하게 되다는 공장 생산라인의 설계도를 그리면서도 왕자는 이렇게 행분했었다. 보물을 잔뜩 싣고 앞바다에 가라앉았다는 해적선을 발굴하자고, 한 달 반 동안 여기저기 떠들고 돌아다닐 때의 열정도 지금보다 못하지는 않았다. 국민의 레저수준을 높이기 위해 메뚜기 경주를 활성화하자는 아이디어에는 실제로 경마에 지루해진 몇몇의 동조자가 모여들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어떤 프로젝트도 처음의 기획에서 두 단계 이상 진척되지는 못했다. 그것이 왕자의 스타일이었다.

  공주 구출 작전에 돌입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서서히 왕자의 스타일이 나오기 시작했다. 출발한 지 하루 만에 왕자는 슬슬 다른 일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집을 나서기 전에 벌여놓은 여러 가지 일들이 하나씩 머리 한구석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 아가씨의 얼굴도 아른거리고, 지난주에 잡아놓은 대여섯 가지 약속들도 떠올랐다. 이번 출정으로 이제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었지만, 그 중에는 꽤나 흥미를 끄는 단체의 정기모임도 섞여 있어 아쉬운 것이 아니였다.

  어느덧 왕자의 머리는 오래된 다락방처럼 온갖 생각들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이제는 다가올 용과의 결투나 공주에 대한 집념 따위는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국민의 환호와 기대 속에서 출발했으나, 이미 바라봐 주는 관중이 사라지고 난 지금에 와서는 모든 것이 김빠진 맥주처럼 시들할 뿐이다. 왕자는 서서히 농땡이를 치기 시작했다.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길도 며칠에 걸쳐, 놀며 쉬며 도착했다. 날씨가 좋으면 그 핑계로, 하늘이 궂으면 그 이유로, 또 하루가 하는 일 없이 지나갔다. 나타나는 술집마다 들르기 일쑤였으며, 저자거리에 재미있는 패거리라도 들어왔다 치면 어울려 노닥거리느라 하릴없이 에너지를 낭비했다.

  온갖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그럭저럭 시간은 지나 어느덧 저 멀리 붉은 사막이 나타났다. 왕자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 시작했다. 총기 없는 눈동자에는 나른한 권태마저 감돌았다. 그 순간 갑자기 저 멀리서 포효하는 용의 소리가 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불현듯 정신을 차린 왕자는 곧바로 후퇴를 결심한다. 이미 누군가와 목숨을 걸고 싸우기에는 지나치게 피로한 것이다.


나는 몇 번째 왕자일까

  세 명의 왕자는 모두 공주를 구해내지 못했다. 기개 높던 결의도 시간이 지나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일이 이상한 방향으로 꼬여가자 목표는 길을 잃었고, 성공은 멀어진다.

  첫 번째 왕자의 함정은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온갖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생각들이 일의 시작부터 가로막는다. 오랜 세월 굳어진 자신에 대한 냉소주의 일 자체에 쏟아야 할 에너지의 대부분을 생각하는데 소진시킨다. 살아오면서 성공을 통한 성취감보다 실패를 통한 상처를 더 많이 경험했다. 실패를 상처를 남겼지만, 그 대신 그는 지혜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에도 온몸을 바치는 무모함은 되풀이하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삶의 도전이 닥칠 때마다 그는 요모조모 비판하고 의심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만약의 실패를 대비하여 핑계거리도 든든하게 마련해 둔다. 과연 의심했던 대로 일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자신의 예측이 맞아 떨어졌다고 안도한다. 애당초 성공으로 끝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은 목표였다고 다시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릴 뿐이다. 삶에서 성황리에 계획을 달성하는 행운은 그리 많지 않다는 신념을 굳게 키워나간다. 그 굳건한 신념이 떠받치고 있는 한, 어떤 일에도 자신의 몸을 던져 투혼을 불사르는 일은 할 수 없다.

  두 번째 왕자의 함정은 감정의 변화에 대한 저항력이 없다는 것이다. 세상의 온갖 자극에 대하여 그의 마음은 섬세하게 반응한다. 기쁨도 많고 세상의 온갖 자극에 대하여 그의 마음은 섬세하게 반응한다. 기쁨도 많고, 슬픔도 넘쳐나며, 걱정도 대단하다. 시시각각 벌어지는 온갖 시간들에 대하여 그는 과민하게 반응을 보인다. 일의 본질과 동떨어진 것들이 직선으로 뻗어나가야 할 그의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사소한 걱정거리들은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고요한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며 일파만파로 불안감을 퍼뜨린다.'개인의 역사는 나와 세계가 벌여내는 투쟁의 기록'이라고 했을 때, 두 번째 왕자에게 그 투쟁은 온통 두려움과 공포로 얼룩진 것이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남들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기필코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마음을 계속 갖기란 대단한 평정심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세 번째 왕자의 함정은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온갖 생각들이 난무하고 자신감도 굉장하지만, 결국 이루어내는 것은 전혀 없다. 생각하고 떠벌이는 동안 마치 그 일을 벌써 거의 다 이루어낸 듯한 착각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일은 늘 결심과 다르게 끝이 난다. 계획한 것에 비해 삶에서 성공하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씩 불안해지기는 하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 실천하지 않는 버릇은 해묵은 습관으로 굳어져 여간해서는 고치기 힘들어진다. 한 가지 과업이 발상에서 출발하여 성과물로 이어질 때까지, 자신의 관심과 의즤와 노력을 줄기차게 유지하기란 전혀 불가능했다. 실행이 결여된 공허한 결심들이 남발되고 그는 결국 권태와 피로로 무기력해진다.


내 안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

  나는 어떤 왕자의 모습을 닮아 있을까. 세 명의 왕자는 내 안에서 실천과 성공을 가로막는 다양한 모습의 한 단면을 상징하고 있다. 첫 번재 왕자는 '생각의 영역'을 상징한다. 적극적인 실천을 가로막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은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의 싹을 자른다. 초중고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다른 것보다 공부를 통해 더 많은 자기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공부를 잘할 줄 아는 나에 대한 발견은, 다른 자잘한 일상사보다 더 크고 궁극적인 기쁨을 준다. 이처럼 공부를 통해 자기 능력에 대한 확신을 느껴보는 경험은 장차 유능한 일꾼으로 성장하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두 번째 왕자는 '감정의 영역'을 상징한다. 학생들에게 정서적 혼란은 공부에 대한 집중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을 때, 학생들은 종종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 또 그러한 결론들은 다시 극단적인 비행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아직 어떠한 상황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 서툴기 때문에 감정에 쉽게 흔들린다. 주어진 일들 사이의 우선순위를 매긴다거나, 적합한 전략을 구사한다거나, 중요한 것들 사이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가려내는 안목 등은 공부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들이지만, 감정의 동요에 몸을 내던지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은 뒤죽박죽되어 버리고 만다.

  세 번째 왕자는 '행동의 영역'을 상징한다. 이것은 학습적 실천과 가장 직결된다. 첫 번째, 두 번째에 비해 눈에 분명하게 보이는 요소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은 주로 공부와 관련된 행동패턴을 바꾸는 일에 주력한다. 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다스리지 않은 채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또 반대로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여 긍정적인 자세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막상 실천하지 않으면 그것 역시 아무 소용이 없다.

  학생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이와 같은 세가지 영역을 자유롭게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것이다.


출처:공부에 제대로 미치게 만드는 공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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