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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의 중요성

혼새미로 2018. 9. 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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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상심에 빠져있는 토맹이에게 토달이가 찾아왔다.


"넌 내가 잔치에 초대했을 땐 오지 않더니 왜 이제야 온 거니? 잔치는 이미 다 끝나버렸어. 당근과 과일도 모두 떨어져서 너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 토맹이가 말했다.


"토맹아, 난 당근과 과일 때문에 찾아온게 아냐. 난 너를 쭉 지켜 보았어. 넌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방법은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구나."


토달이의 말에 토맹이는 힘 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어.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도 했고 왕토끼를 찾아기기도 했어.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서 날마다 잔치까지 열어봤지.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어. 아무래도 난 운이 없나봐."


"토맹아, 네 모습을 곰곰히 생각해 봐. 친구들이 힘겹게 밭을 갈고 물을 길어올 때 넌 네 자신만 생각하지 않았니? 왕토끼에게 줄을 서고 날마다 잔치를 여는 것보다 친구들이 힘겹게 이고 있는 물동이를 들어 주는 것이 친구를 만드는 데엔 훨씬 큰 도움이 되었을 거야."


"..."


"네가 진정 잠을 깨워줄 친구를 원한다면 먼저 상대방에게 네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봐. 따듯한 마음으로 욕심없이 도움을 준다면 머지않아 모두 네 친구가 될 수 있을거야."


토달이의 진심 어린 충고에 토맹이는 기운을 차렸다. 전처럼 뜀박질 연습도 다시 시작했다.


"그래, 진정한 친구를 사귄다는것은 뜀박질을 연습하는 것처럼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거야."


"토맹아, 우리 함께 토끼산 꼭대기에 올라가 볼까? 지난번 거북이와 경주에선 아깝게 실패하고 말았지만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쉽게 오를 수 있을 거야."


"좋아, 이번엔 힘을 합쳐 꼭 성공하고 말 거야."하고 토맹이가 말했다.


다음 날, 토맹이와 토달이는 토끼산 꼭대기로 향했다. 둘은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마음으로 깡충깡충 산을 올랐다.


얼마를 갔을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멀리서 먹구름이 몰려왔다.


"서둘러야겠는걸. 소나기가 오려나 봐." 짙게 내려앉은 구름을 보며 토달이가 말했다.


"어쩌지? 비가 오면 산꼭대기에 오르기 어려울 텐데..."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토맹이가 말했다.


주변은 벌써 깜깜해졌고 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너무 걱정하지마. 조금만 가면 너구리가 사는 굴이 있어. 거기서 잠시 비를 피하면 문제없어." 토달이가 토맹이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둘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최선을 다해 뛰었다. 잠시 후 둘의 눈앞에 희미한 불빛이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너구리의 집이야." 토달이가 말했다.


"너구리야, 내가 왔어. 잠시 비를 피해 가도 되겠니?"


"물론이지 토달아. 어서 와! 여기서 편히 쉬었다 소나기가 그치면 가도록 하렴."


너구리는 둘을 반갑게 맞아주었고 비에 젖은 그들에게 따뜻한 차를 대접했다.


소나기가 그치자 몸을 녹인 둘은 다시 출발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은 활짝 개었다.


둘은 소나기를 피하느라 써버린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지름기로 접어들었다. 


길이 조금 험하긴 해도 산꼭대기까지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헉! 헉!"


숨을 몰아쉬며 열심히 뛴 그들을 계곡에 다다랐다.


토맹이는 깜짝 놀랐다.


좀 전에 내린 소나기로 계곡물이 엄청나게 불어 있는 것이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 다리도 불어는 계곡물에 쓸려가 버려 계곡을 건널 방법이 없었다.


"앗, 나무 다리가 떠내려가 버렸네. 이제 어떻게 하지? 우린 계곡을 건널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며 토맹이가 말했다.


그런데 토달이는 골똘히 생각에 잠겨 물 속을 바라보더니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물을 향해 소리쳤다.


"물고기들아! 나를 도와줘."


그러나 어디선가 물고기떼가 모여들었다. 물고기들은 마치 징검다리처럼 차례로 줄을 섰고 토맹이와 토달이는 물고기들의 등을 딛고 강을 건너갔다.


"고마워, 물고기들아!" 강을 건넌 토달이가 손을 흔들며 물고기들에게 말했다.


"잘 가! 산꼭대기까지 무사히 올라가렴!" 물고기들도 토달이에게 말했다.


토맹이는 어려운 상황마다 아무 조건 없이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 있는 토달이가 무척 부러웠다.


"토달아, 난 네가 토끼마을 친구들하고만 사이가 좋은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 보니 산 속의 너구리, 계곡의 물고기들도 모두 네 친구들이더구나." 하고 토맹이가 말했다.


"응. 너구리는 숲 속 동물들의 모임에서 만났는데 뜻이 잘 통해서 친구가 될 수 있었어. 난 가끔씩 너구리에게 우리 마을 소식도 알려주고 산 속에서 구하기 힘든 맛난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하지."


"그럼 물고기들은?"


"언젠가 내가 계곡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커다란 그물에 물고기들이 걸려있지 뭐야? 빠져나오려고 몸을 움직일수록 비늘이 그물에 걸려 더 고통스러워하는 거야.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그물을 걷어주었어. 그 후로 물고기들과도 좋은 친구가 되었지."


"아, 그랬구나. 그런데 오늘처럼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던거야?"


"물론 그런 건 아냐. 가끔 산에 오르거나 계곡에 갈 때면 꼭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말야."


"아무튼 이렇게 멋진 친구들을 가진 네가 부럽구나."


'깡충!깡충!' 열심히 산을 오른 토맹이와 토달이는 이윽고 커다란 바위 앞에 이르렀다.


"이제 저 바위만 넘어가면 맛있는 당근들이 있어."


둘은 안간힘을 쓰며 바위를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너무 지친 탓이었는지 계속 미끄러지기만 하는 것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위에는 이끼들이 가득해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바위에 오를 수 없었다.


결국 토맹이와 토달이는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이때 어디선가 토달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토달아, 무슨 일이니? 왜 거기 쓰러져 있는 거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어 보니 바위 꼭대기에 커다란 독수리가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독수리 님, 저희는 지금 바위 너머에 있는 당근 밭에 가려고 해요. 그런데 바위가 너무 미끄러워 도저히 오를 수가 없어요." 토달이가 말했다.


그러나 독수리는 땅으로 내려와 그들을 등에 태우고 훌쩍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단숨에 바위 너머로 그들을 데려다 주었다.


그들을 내려준 독수리는 날깨를 활짝 펼치고 먼 산등성이로 날아갔다.


토맹이는 자신이 본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독수리라면 모든 동물들의 존경과 선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동물인데, 아무리 친구가 많은 토맹이라도 독수리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토, 토달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독수리 님이 어떻게 너를 아는 거니?"


"나도 의외야. 독수리 님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 가끔 우리 마을로 내려오거나 가까이서 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사를 드렸지만, 나를 기억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더군다나 이렇게 큰 도움을 받을 줄이야..." 토달이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토맹이와 토달이는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말로만 듣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당근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들은 온갖 고생 끝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당근을 실컷 먹게 되었다.



출처 : 책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인맥 지도를 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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